밀레의 <만종>은 미술 교과서에 항상 실리는 유명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프랑스의 화가 밀레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소작농들이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리는 슬픈 수확의 기도를 표현하고 있다. 그가 그림을 통해 표현한 사회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은 프랑스의 자부심이 되어 지금까지 빛나고 있다.
목차
- 슬픈 수확의 기도
- 농촌에서 자라난 프랑스의 화가 밀레
- 사회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
슬픈 수확의 기도
해가 지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 드넓은 땅이 있다. 저 멀리에는 교회 성탑이 보이고 작품의 중심에는 소작농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있다. 남자는 모자를 벗어 들고 있고 여자는 두 손을 꼭 모은채 기도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얼굴이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이 피곤해 보이고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인다. 그들의 중간에는 감자가 조금 담긴 바구니가 놓여있고 양 옆으로 농기구와 작은 수레가 있다. 이 두 사람의 사연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1857년에서 1859년 사이에 그려진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그림이 종교적 경건함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밀레는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매일 세 번 교회에서 종이 울리면 모든 일을 멈추고 기도를 시키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이 그림이 그려진 19세기의 프랑스에서는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인구가 줄고 사람들은 더 이상 농촌에서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당시 사람들은 평범한 소작농들의 노동을 그린 이 작품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밀레가 죽고 난 후, 작품은 새롭게 해석되었고 이는 당시 최고가로 거래되었다.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이 작품의 복사본을 보았고, 그려진 감자 바구니가 죽은 아이의 관이라고 주장했다. 이후에 루브르 미술관의 x-ray 검사 결과에서 실제로 감자 바구니 아래에 아기의 관처럼 보이는 작은 상자가 그려졌었다는 것을 발견되었다. 이는 새로운 작품 해석의 이유가 되었다. 밀레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 소작농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사람들은 자신이 땅을 일구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땅을 일구고 그 값으로 남은 농작물을 얻었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고되게 노동했지만 식량이 부족했고 삶이 힘들었다. 비평가들의 새로운 해석대로 이 작품에서 그려진 감자 바구니는 사실 굶어 죽은 아기의 시신이 담긴 관이며 두 사람은 아기의 부모이기에 저렇게 슬픈 얼굴로 기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밀레는 이 작품을 통해 진정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그의 <만종>은 현재 프랑스의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되어있다.
농촌에서 자라난 프랑스의 화가 밀레
장 프랑수아 밀레는 프랑스의 농촌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 때문인지 그는 유난히 농부의 모습이나 밭을 일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에드가르 드가가 발레리나의 화가로 불렸던 것처럼 밀레는 농부의 화가로 불린다. 그러나 밀레가 처음부터 농부의 모습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그가 화가로 활동하던 당시 화가로써 돈을 버는 방법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초상화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고 그는 꽤 가난했다고 한다. 후에 농부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미술계의 관심을 조금 받았고 밀레는 더욱더 농촌에서의 노동을 그려내는데 집중했다. 그의 그림은 당시에 인기를 끌던 신화를 신비롭게 표현한 것도 아니었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것도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밀레는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을 그렸다. 신기한 것은 그의 그림들에서 인물의 얼굴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주의의 그림들은 보통 인물의 표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감정까지도 느낄 수 있게 하는데 밀레의 그림은 다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인물의 표정이나 감정이 아닌 노동이라는 행위 그 자체였다. 농촌에서의 고된 노동의 모습이 작품의 주제였고 그는 그림을 통해 사회주의적 성향을 드러냈다. 밀레는 주로 본 것을 그리지 않고 작업실에서 자신이 상상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은 과장되어 크게 그려졌고 옷과 신발 등의 디테일한 표현보다는 그 인물이 하고 있는 행위가 강조되어 표현되어있다.
사회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
밀레의 <만종>은 전 세계를 돌며 전시되었고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어 그려졌다. 이 그림을 통해 어떤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표현할 것이고, 어떤 이는 노동의 반복으로 고된 삶에 대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바쁜 도시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이제는 거의 사라져 가는 농촌의 삶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내가 느낀 이 그림의 첫인상은 피곤함이다. 두 사람은 너무나 피곤해 보인다. 하늘과 땅은 넓고 평온한데 그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은 지쳐있다. 기도를 하는 것도 신에 대한 감사가 마음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해야 하는 의무의 한 부분인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그를 만든 신이 있는데 왜 이들은 이렇게 피곤해야 할까? 아이러니하다. 밀레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산업화에 따라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가고 육체노동의 가치를 없신 여기기 시작했던 그 시대에 밀레는 노동의 숭고함을 다시 알리려고 사회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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