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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터는 여인들(The Wheat Sifters) : 귀스타브 쿠르베

by honeykbongbong 2022. 12. 16.

프랑스의 화가인 귀스타브 쿠르베는 자신의 작품인 밀을 터는 여인들을 통해 당시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고된 노동의 굴레를 표현하였다. 그는 사실주의에 불을 지핀 당사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리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낭만주의로 미술의 형태를 제한하던 시대에 사실을 전달하는 미술을 강조하며 귀스타브 쿠르베는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    

 

목차

  • 고된 노동의 굴레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리지 않는다
  • 사실을 전달하는 미술 

귀스타브 쿠르베 <밀 터는 여인들>

고된 노동의 굴레

밀을 체에 털고 있는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보인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굽은 어깨와 숙인 고개, 그리고 살짝 벗겨진 신발로 미루어 볼 때 그녀는 매우 피곤해 보인다. 그녀와 함께 작업을 하던 다른 여자는 지친 듯 높게 쌓여있는 밀이 가득 찬 더미에 기대 제대로 털리지 않은 밀을 골라내고 있다. 덥수룩한 머리에 눈썹이 아주 짙은 남자는 밀 저장고를 열어보고 있다. 이 그림은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으로 밀을 털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그림이 그려진 19세기의 프랑스에서는 혁명 이후 사람들의 계급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쿠르베는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랐고 그의 누이들도 그러했다. 그는 누이들을 모델로 연결되는 두 가지 그림을 그렸다. 하나는 가난한 소녀를 도와주는 중산층의 고운 옷을 입은 여인들의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밀을 털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사회에서 높은 계층에 속하는 여인들도 결국 자신의 가족을 먹이기 위해서는 고된 노동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 그림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작품의 중심에 크게 그려진 여인의 팔이 유독 몸에 비해 과장되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쿠르베가 의도적으로 크게 그린 것으로 노동의 고됨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현재 프랑스의 낭트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리지 않는다

19세기 초의 회화양식은 낭만주의와 신고전주의가 주를 이루었다. 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주로 표현한 미술로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 나 성경에 나오는 장면, 또는 귀족의 초상화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쿠르베는 그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실적인 모습을 그림에 담기를 원했다. 그는 아름다운 신체의 비율을 가진 모델들보다는 자신의 누이나 이웃처럼 현실적인 모습의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 환상적인 이야기보다는 밀을 고르는 모습이나 돌을 부수는 모습이 그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누군가 그에게 천사를 그려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자신은 천사를 본 적이 없고 그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릴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상상이 아닌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고 싶어 했다. 그는 누드화로도 꽤 유명한데 그의 그림에 그려진 여인들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지방층이 보이는 커다란 엉덩이와 늘어진 뱃살, 축 처진 가슴까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쿠르베는 미술의 진정한 의미는 있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대상을 연출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후대의 젊은 화가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입체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사실을 전달하는 미술 

미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나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표현하여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것을 소름 돋게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자신의 만족을 얻는 것일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신과 인간의 신성함을 그림을 통해 그려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경외감을 주었다. 살바도르 달리는 현실 그 이상의 것을 끄집어내 보이지 않는 의식 이후의 세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밀레나 쿠르베는 대상의 사실적 표현을 통해 있는 사회의 문제를 끄집어냈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미술의 역할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가장 기초되는 것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쿠르베 이전의 화가들은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려는 대상 속에서 아름다움이나 극적인 포인트를 끄집어내려고 했지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데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하지만 쿠르베는 사실 그 자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미술의 근본이라고 믿었다. 억지로 연출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를 그린 그림으로써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그는 자신은 그동안 그려져 왔던 작품들을 비슷하게 그리고 싶지 않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모습을 자신의 이해와 판단을 바탕으로 그리고 싶다고 했다. 또한 그 어떤 미술의 화풍이나 학파로 제한되지 않고 어떤 학교나 종교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오직 자유에만 속한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에 속한 행위라니. 아마 그에게는 미술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제한이었던 것 같다. 그 누구의 가르침에도 구속되지 않고 최대한 사실적인 표현으로 자유를 추구했던 쿠르베는 그의 말대로 후대 화가들에게 자유롭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실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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