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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수업(Musée d'Orsay) : 에드가르 드가

by honeykbongbong 2022. 12. 3.

목차

  • 발레리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모습을 찾다 
  • 인상주의를 거부하는 인상주의의 창시자 
  •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에드가르 드가는 발레리나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평범한 모습들을 그려낸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인상주의의 시작이 된 창시자로 불리지만 사실은 그를 거부하며 사실주의로 불리길 원했다. 그가 표현한 일상의 아름다움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다. 

에드가르 드가 <발레수업>

발레리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모습을 찾다

지팡이를 잡고 서있는 백발의 노인이 보인다. 그의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하지만 예리한 눈과 야무진 입술은 앞에 선 어린 발레리나들을 압도할 정도로 힘이 있다. 그의 이름은 쥘 페로(Jules Perrot)로 발레의 대가로 불리며 수많은 무용수들을 지도했다. 에드가르 드가는 그의 친한 친구로 그가 일하는 곳에 자주 들러 수업이 끝날 때쯤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겼다. 작품에는 각자의 개성이 모두 다른 발레리나들이 등장한다. 휴식시간인 듯 어린 발레리나들은 각장의 방법대로 쉬고 있다. 피아노 위에 올라가서 피곤한 표정으로 목을 뒤로 넘긴 채 등을 긁는 소녀가 있고 그 옆에 있는 소녀는 한 손은 허리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쥘 페로를 바라보고 있다. 중간에 있는 무용수들은 배운 것을 다시 한번 복습하는 듯 발끝을 세워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다른 무용수의 자세를 곰곰이 바라보고 있다. 뒤에는 앉아서 쉬고 있는 발레리나들이 보이는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목걸이를 다시 채우는 소녀, 그리고 피곤한 듯 졸고 있는 소녀도 있다. 드가가 한창 그림을 그리던 당시 발레리나들은 지금의 발레리나와는 아주 달랐다. 그들은 보통 가난한 가정의 소녀들로 무용수로 성공하여 생계에 보탬이 되려고 하는 이들이 많았다. 무용수로 무대에 서게 되면 부유한 이들의 눈에 띄게 되고 원하지 않지만 매춘과 같은 일들의 대상이 되곤 했다. 위의 그림을 보면 발레리나 복장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 보이는데 그들은 자신의 딸들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수업에 직접 참여하여 지켜보는 부모들이다. 에드가르 드가의 <발레수업>은 각각의 발레리나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내었고 그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대가 아닌 무대 뒤편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인상주의를 거부하는 인상주의의 창시자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유행했던 인상주의 미술은 프랑스가 그 중심이 되어 시작되었는데 그 시작점에 에드가르 드가가 있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매 순간 변하는 대상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생생하게 묘사해냈는데 대상을 빠르게 그려내기 때문에 붓터치가 거칠고 정확한 윤곽이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에드가르 드가는 무용수나 경주마를 타는 사람들, 오페라 공연에 오르는 발레리나 등의 모습을 마치 지금 공연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냈기에 인상주의의 대표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달랐고 그들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을 몹시 불쾌해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실내에 있는 사람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최대한 생생하게 그리는데 그 목적을 두었고 다른 화가들은 야외에서 빠른 붓놀림으로 짧은 시간에 자연의 모습을 포착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는 특히나 발레리나들을 많이 그렸는데 사실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포즈를 취하게 하여 오랜 시간 동안 그린 것이었다. 에드가르 드가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기에 발레리나들이 공연하는 공연장이나 그들이 쉬는 무대 뒤, 심지어 그들이 옷을 갈아입는 은밀한 곳까지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또한 사회적 약자였던 어린 발레리나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포즈를 오랫동안 취하게 할 수 있는 권력까지 있었다. 그가 누린 특혜 덕에 그는 사실적인 모습의 인상주의 그림들이 많이 그릴 수 있었고, 미술의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어릴적 발레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무대 위에서 완벽한 직선과 곡선을 그리며 인형처럼 아름다운 무용수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인간의 몸이 저렇게 아름답게 움직일 수 있고 저런 완벽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니. 그들의 삶은 얼마나 우아하고 완벽할까? <발레수업>을 처음 보았을 때 굉장히 신선했다. 보통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이 되는 건 무대 그 자체이지 무대의 뒤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드가르 드가의 눈에 보여진 발레리나들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삶의 한 시점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들이었다. 무대에서의 완벽함을 위해 피곤하고, 지루하고, 두렵고, 슬픈 소녀들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녀들의 평범함이 아름답게 보인다. 무대에서 꾸며진 인형 같은 모습보다도 훨씬 더 인간답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소망하는 무언가를 위하여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견뎌내는 꿋꿋함이 너무나 아름답다. 어떤 이들은 에드가르 드가가 여성 혐오자이기 때문에 발레리나들을 그저 자신의 작품을 위한 소모품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가 사회적 약자인 어린 소녀들을 연민하고 그들의 삶을 비추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는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잘 찾아낸 화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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