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의 화가 마르셀 뒤샹은 그의 특이한 발상으로 당시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상한 화가 뒤샹은 이미 만들어진 오브제를 작품으로 사용했고, 그가 출품한 <샘>이라는 작품은 전시회에 진열되지 못할 정도로 혹평을 받았다.
목차
- 변기, 샘이 되다.
- 이상한 화가 뒤샹
- 이것도 미술이라고? 오브제 아트
변기, 샘이 되다.
당신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남자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변기이다. 눅눅한 화장실 한편에 누런 때가 끼어 퀴퀴한 냄새가 날 것만 같은 이 변기가 20세기를 흔들어 놓은 화가의 작품이라면 믿겠는가? 프랑스의 화가 마르셀 뒤샹은 1917년 뉴욕의 그랜드센트럴 갤러리에서 열린 독립미술가협회전시회의 작품전시 배치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이 전시회는 어떤 미술가든지 6달러만 지불하면 그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오픈 전시회였다. 뒤샹은 Richard Mutt라는 이름으로 <샘>을 출품했고 놀랍게도 이 작품은 전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변기 같은, 아니, 이 진짜 변기는 화장실에서는 아주 유용하지만 미술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전시회장에 있을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뒤샹은 당시 변기를 만드는 공장에 찾아가서 실제로 이 변기를 구입했다. 이는 미국의 공공 화장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변기였다. 그리고 변기를 90도 꺾어 물이 아래에서 위로 오르게 했고 변기의 옆쪽에 R.Mutt 1917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는 그의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혹평을 던졌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대량생산 제품을 사서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미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샹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것을 작품으로 만드는데 세 가지 일을 했다고 했다. 첫째로, 그는 이 변기를 선택했고, 둘째로 그것에 ‘샘’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했으며(더군다나 변기를 뒤집어 놓음으로써 물이 위로 샘솟는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원래 지니고 있는 실용적 가치를 제거하고 그것의 환경을 완전히 변경함으로써 새로운 개념과 정체성을 창조해 냈다. 그는 예술가가 직접 손으로 만들었는지의 여부가 예술작품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놀라운 발상은 기존 미술사의 고정개념을 완전히 뒤집었고 미적 가치에 대한 무한한 다양성을 제시했다. 이 작품은 분실되었지만 복제품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런던 테이트모던, 파리 퐁피두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상한 화가 뒤샹
마르셀 뒤샹은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미술계를 대표하는 위대한 화가이다.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에서는 항상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왔고 밤에는 온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체스를 두곤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는 전원 풍경이나 가족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내었고, 그의 작품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레몽 루셀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을 보고 일반적인 미술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의 생각은 더 이상 틀에 박혀있지 않았다. 그는 물감을 이용한 전통적인 회화도 결국 '이미 생산된' 물감을 사용하여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레디메이드(이미 만들어진) 미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생각이 확장되어 이미 만들어진 물건들로 작품을 만드는 오브제 아트가 되었다. 그는 자전거 바퀴, 변기, 새장 등등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비평가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혹평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예술가는 영혼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작품은 그 영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는 우리 주변의 물건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넣어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틀에 박힌 용도가 아닌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 놀라운 작품들을 제작한 뒤샹은 후에 화가로써의 삶을 완전히 접고 체스선수가 되었다. 정말 당황스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을 부정하고 틀에 박힌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것도 미술이라고? 오브제 아트
마르셀 뒤샹의 <샘>을 본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아주 심플했다. 저것이 미술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뒤샹이 작품을 완성해 낸 과정을 살펴보면서 저런 생각을 하는 내가 미술에 문외한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하나의 오브제 작품을 내기 위해 수백 장의 드로잉을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예전에 비해 오브제 아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금으로 만든 변기, 오래된 티브이를 쌓아 만든 탑, 버려진 깡통들을 여기저기 대충 던져놓은 바닥,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의자 등등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미술의 재료가 된다. 이런 작품들은 위대한 의미를 지닌 것들도 있을 것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생각이고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 또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어떤 미술이 또 생겨날까? 눈으로 보지 못하는 미술은 어떨까? 맛을 볼 수 있는 미술은 어떨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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