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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고딕(American Gothic) : 그랜트 우드

by honeykbongbong 2022. 11. 30.

목차 

  •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 그랜트 우드, 미국을 사랑한 화가
  • 가장 많이 패러디된 작품

그랜트 우드 <아메리칸 고딕>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꽤나 고지식해 보이는 마른 남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길쭉한 얼굴과 반쯤 벗어진 머리에는 고된 세월을 보내온 듯 깊게 파인 주름이 가득 차있다. 그는 농부들이 즐겨 입을 듯한 청 멜빵바지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건초를 정리하러 농장으로 막 나가려는 듯 오른손에 길쭉한 갈퀴를 꽉 쥐고 있다. 그는 한 집의 가장으로 책임감이 크고 그에 따른 압박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꿋꿋하게 버텨내는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머리를 깔끔하고 단정하게 묶은 여자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정면이 아닌 다른 쪽을 응시하며 서있다. 그녀는 식민지 시대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패션인 어두운 원피스에 심심한 패턴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여성의 화려함보다는 가부장적 가정에서 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그녀는 우아한 여성이 그려진 브로치를 달고 있고 단정하게 묶은 머리 옆으로 약간의 머리를 늘어뜨려 여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마치 엄한 아버지의 그늘 아래 불만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표현하려는 딸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들의 뒤로는 전형적인 고딕풍의 뾰족한 지붕을 가진 집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그림에 보이는 사람과 집, 나무들, 심지어 건초칼퀴까지 모두 위로 뻗은 수직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손꼽히는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이다. 그랜트 우드는 자신의 고향인 아이오와주를 차로 여행하다가 Dibble House로 불리는 아름다운 고딕풍의 집을 발견하게 되고 그 집을 종이봉투 뒷면에 그리게 되면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이 집을 먼저 스케치한 후 그의 여동생을 딸의 모습으로, 가족의 오래된 치과의사를 아버지의 모습으로 등장시켜 자신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가정을 작품에 담아낸다. <아메리칸 고딕>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으며 영화, 만화, 책과 광고 등에서 수없이 재창조되어 왔고 수많은 미국인의 자긍심을 높이며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그림으로 꼽히고 있다. 

 

그랜트 우드, 미국을 사랑한 화가

그랜트 우드는 미국의 아이오와 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유럽으로 여행을 갔고 이는 결국 유럽에서 미술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그의 화풍을 발전시켰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그랜트는 자신의 고향인 미국을 더욱 그리워하며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미국의 아이오와 주로 돌아오기로 결심하고 그곳에서 지역주의 미술을 하기 시작했다. 지역주의 미술이란 말 그대로 지역의 특색을 그림에 담아내는 것으로 특히 도시화되고 있는 미국에서 시골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컸다. <아메리칸 고딕>은 시골 마을 어딘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이런 지역주의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맨 처음 이 그림이 공개되었을 때는 시골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오해를 받았고 아이오와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웃음거리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 작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대공황에 빠졌을 때 이 그림에서 표현된 미국인의 강인한 의지력과 성실함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주었고 큰 도전이 되었다. 또한 힘든 일상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정겹고 따뜻한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자신의 나라인 미국, 그가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오와의 시골마을,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그랜트 우드는 그 사랑을 자신의 캔버스에 그려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에게 그 사랑의 보답을 받았다.     

가장 많이 패러디된 작품

나는 미국 드라마인 '위기의 주부들'을 보다가 처음으로 <아메리칸 고딕>을 만났다. 그 후로 모던 패밀리에서도 이 작품을 만났고, 심슨가족에서도 만났다. 이밖에도 광고에서, 만화책에서, 신문에서도 인물의 모습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구도가 동일한 작품들을 보았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패러디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궁금했다. 왜 미국인들이 이렇게도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에 열광할까? 독특한 색채도, 기이한 형태도 없이 그저 지극히 평범한 시골 풍경 같은 이 그림이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일까? 그랜트 우드는 그의 그림 속에 가장 사랑하는 것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그림에 그려진 남자는 모든 미국인들의 아버지이며 형제이고, 여자는 그들의 어머니이며 자매이다. 또한 뒤에 그려진 집은 그들이 언제나 그리워하는 따뜻하고 정겨운 집이다. 그림 속에는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고, 긴장감도 있고, 그리고 편안함도 있다. 따라서 이 그림 자체가 온갖 감정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며 그리움인 것이다. 내 가족, 내 집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이 작품은 끊임없이 패러디되며 수많은 의미를 뿜어내며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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