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그가 자신의 고향인 르아브르에서 본 항구의 아침 인상을 그린 그림이다. 그는 형태를 그리던 회화에서 인상을 그리는 회화를 시작하며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 세상을 보는 그의 새로운 시각은 미술뿐만 아니라 예술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
목차
- 고향에서 만난 항구의 아침 인상
- 클로드 모네, 형태에서 인상으로
- 새로운 시각, 새로운 길
고향에서 만난 항구의 아침 인상
항구의 중심에 빨간 해가 솟아나고 있다. 하늘은 떠오르는 해로 인해 붉게 변하고 있고 바다는 붉은 해가 아름답게 반사되고 있다. 항구 주변은 매우 분주해 보인다. 사람들이 작은 배들을 타고 있는데 이들은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 같다. 오른쪽 뒤편에는 선박에서 물건을 옮기고 있는 여러 대의 크레인들이 보인다. 왼쪽 뒤편에는 증기를 뿜어내는 증기선들이 여러 대 정박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그림은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으로 1872년에 그려졌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모네의 고향인 프랑스의 르아브르로, 항구를 품은 곳이었다. 당시의 프랑스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했고 산업화를 통해 점차 회복하기 시작했다. 모네는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에서 예전의 모습이 아닌 낯선 모습을 보았고,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그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그림에는 명확한 형태가 없다는 것이다. 항구의 모습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항구인지 알 수 없다. 하늘과 바다이지만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바다에 일렁이는 것이 물결인지 물고기인지 또한 분명하지 않다. 모네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닌 그 풍경이 주는 인상을 그림에 담았다. 이 작품을 실제로 보면 캔버스에 덧칠이 거의 없이 아주 얇게 그려져 있다고 한다. 즉, 그는 빠른 시간 동안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인상을 캔버스에 옮겼다는 뜻이다. 이 그림이 세상에 공개되었던 당시에는 당시에는 없었던 어색한 시도에 비평가들의 혹평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인상주의의 시발점이 되었고 많은 명작을 낳는 자극이 되었다. 현재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클로드 모네, 형태에서 인상으로
클로드 모네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르아브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그는 밖에 나가 자연을 보는 것을 즐겼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것도 좋아했다. 사업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모네가 자신의 뒤를 이어 사업가가 되길 원했지만 모네는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미술계의 주를 이루던 화풍은 대상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였다. 화가들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생생하고 정밀하게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고 모네의 초기 작품들도 사실주의적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형태를 그리는 것이 회화의 목적이 아니고 회화를 위해 형태가 대상이 된다는 에두와르 마네의 생각에 동의했다. <인상, 해돋이>는 이런 모네의 신념이 가장 잘 드러난 첫 번째 작품이었다. 그는 뚜렷한 형태가 없이 그가 느꼈던 강렬한 아침 항구의 인상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 노력했고 놀랍게도 대상의 형태가 아닌 대상이 주는 인상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밑그림을 그리고 작업실로 돌아와 구체적 채색을 했던 대부분의 사실주의 화가들과는 다르게 모네는 앉은자리에서 바로 그림을 그리고 채색까지 마무리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튜브로 된 물감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색을 섞어서 새로운 색을 만들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인상주의 작품으로 부와 명성을 얻게 된 모네는 자신만의 정원을 꾸며 그곳에서 40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 그는 정원을 꾸미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으며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들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캔버스에 담아냈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자연의 수만 가지 얼굴을 작품으로 남겨놓았다. 그의 작품들은 정확한 형태가 없고 거친 붓칠로 다소 미완성으로 보이지만 사진처럼 구체적인 사실주의의 작품들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길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처음 <인상, 해돋이>를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그려지지 않은 그림이 명작이라고? 멀리서 보면 파란 바탕에 붉은 점이 찍혀있는 그림 같다. 지금까지 내가 접한 회화작품들은 하나같이 명확한 선과 강렬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네의 작품은 다르다. 뚜렷한 형태와 색채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게 하는 놀라운 작품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거친 표현과는 다르게 부드럽고, 억지스럽거나 강압적인 메시지는 없지만 잔잔하고 분명한 이야기가 있다.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얼마 전 다녀온 습지가 생각났다. 드넓은 습지에는 꽃이 핀 갈대가 가득했고 그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춤을 췄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지만 내가 보고 느낀 그 아름다움은 사진에 담기지 않았다. 분명히 그 순간을 찍은 사진이지만 그곳에서 내가 느낀 수많은 감정들은 담아내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모네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정교한 스케치와 인공적인 색채 표현으로는 도저히 캔버스에 담아낼 수 없는 경이로운 자연의 얼굴을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했던 게 아닐까? 그의 새로운 시각은 회화로 세상을 보는 한계를 뛰어넘어 세상을 느끼게 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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