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열두 제자, 그리고 배신자
종교의 유무를 떠나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성경에 기록된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마지막 식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캔버스가 아닌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그라치에 수도원 안에 있는 식당에 그려져 있다. 식당의 북쪽 벽에 실제 사람과 거의 흡사한 크기로 거대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수도자들은 예수와 함께 먹고 마시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사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작품속에 극적인 순간을 녹여냈다. 이는 예수가 그의 제자들 중 하나가 배신자가 되어 자신을 팔아넘길 거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제자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고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누가 배신자인지 예수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반면 예수는 자신에게 닥칠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 다소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다. 예수와 제자들의 마지막 식사 장면은 레오나르도가 그려내기 전에도 다른 화가들에 의해 자주 그려지곤 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가 택한 명암과 원근감, 인물의 배치 등이 너무나 탁월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매우 사랑해서 거의 숭배하기까지 했던 레오나르도는 모여있는 제자들의 수, 창문의 수, 예수의 형태를 성경에서 완전한 숫자로 여겨지는 3으로 맞추어 그려냈고 이 벽화에 그려진 벽이 실제로 이 그림이 그려진 벽의 연장인것처럼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이 마지막 식사가 마치 지금 현재에 일어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했다. 그의 작품은 벽화이고 쉽게 떨어지는 매체를 사용해 그려냈기 때문에 세월에 의한 훼손도가 너무 심해 복원하는데 20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레오나르도의 이 명작을 처음 그모습대로 완벽하게 재현해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프로 N잡러 레오나르도, 미술 역사에 큰 획을 긋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에 서있었던 대표적인 이탈리아의 인물이다. 그를 화가가 아닌 인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화가라는 단어로는 그의 엄청난 재능과 능력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는 흔히 말하는 프로 N 잡러였다. 표현이 조금 우습긴 하지만 그는 정말 못하는 것이 없는 천재였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화가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가, 천문학자, 발명가, 과학자, 공학자, 문학자, 조각가, 지질학자, 해부학자, 지리학자, 집필가, 요리사, 기술자, 수학자, 의사, 도시계획가였고 심지어 아름다운 목소리와 예리한 음감을 가진 뛰어난 음악가였다고 한다. 게다가 수려한 외모까지 가지고 있어 완벽한 천재, 그 자체였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해서 이탈리아 미술 역사상 최초로 유화를 그려내고 독특한 기법의 벽화 제작을 시도하는 등 르네상스 시대에 큰 획을 그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는 사후에 유명해지는 화가들과는 달리 그의 삶 전체에 있어 굉장한 유명세를 떨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매료되었다. 하지만 완벽한 그에게도 아쉬운 한 가지가 있었는데 이는 그가 시작한 일을 잘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것을 탐구하고 시도하기를 좋아했지만 굉장히 꼼꼼하고 차분한 탓에 시간적 제한에 따라 그 모든 일들을 매듭짓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가치가 뛰어나나 미완성작들이 많다.
누구나 알고있지만 누구도 보지 못한 명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책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미술사에 큰 획이 된 작품으로 교과서에 실려 누구나 알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실제로 마주한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다는 그 성당을 찾아가면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그려낸 벽화는 이미 그가 살아있을 때에 훼손되기 시작했고 복원이 시작된 시점에는 이미 그 형태가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어있었다고 한다. 기록에 의존하여 미세하게 남아있는 흔적들에 덧칠하며 수많은 사람에 의해 복원된 그의 작품은 역사와 다른 점들이 많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레오나르도가 처음 이 벽화를 그렸을 때의 그 모습은 어땠을까? 수학적으로도 미술적으로도 완벽했던 그가 그려낸 그 벽화 앞에 선다면 아마도 그 위대함에 압도되어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을 것 같다. 어쩌면 심장이 떨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천재화가들이 미술사에 있어왔지만 그와 같은 자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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