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대표 화가인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은 호화스럽고 화려한 미술이 성행했던 그 시대의 흐름을 잘 드러낸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인 퐁파두르 부인은 루이 15세의 정부로 공식적인 왕의 여인이었다. 부셰는 디테일한 표현방식으로 자칫 예민할 수 있는 주제들을 천박하지 않은 우아함으로 그려냈다.
목차
- 왕의 여인 퐁파두르 부인
- 로코코의 대가 프랑수아 부셰
- 우아함을 그리다
왕의 여인 퐁파두르 부인
화려한 핑크색의 꽃장식과 리본장식이 가득한 우아한 청록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비스듬히 앉아있다. 그녀의 손에는 책이 들려있고 앞의 테이블에는 펜이 꼽혀있다. 하얗고 작은 얼굴을 한 이 여인의 눈은 크고 맑다. 아름답게 구부러진 눈썹은 진하고 얼굴의 중심에 있는 코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입술과 두 뺨은 드레스에 장식된 꽃들처럼 화사하지만 우아한 분홍색이다. 어느 나라의 왕비처럼 보이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후작부인이다. 귀족의 자녀가 아니었던 퐁파두르 부인이 어릴 적 만난 점쟁이의 한마디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당신은 왕의 여자가 될 것이다. 그녀는 그때부터 왕의 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귀족의 눈에 띄어 부인이 되어 신분 상승을 했고,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일부러 그가 다니는 길목에서 그와 마주쳤다고 한다. 당시 유부녀였던 그녀에게 사로잡힌 루이 15세는 그녀에게 이혼을 명령했고 그렇게 퐁파두르 부인은 왕의 가장 가까운 여인이 되었다. 그녀는 아름다울 뿐 만 아니라 독서나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 프랑스 예술계에 큰 권력을 행사했다. 왕의 정부로써 엄청난 권력을 소유했던 그녀 덕분에 프랑스의 예술가들과 장인들이 큰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특히나 프랑수아 부셰를 좋아했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우아하고 지적인 면모를 그림에 잘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퐁파두르 부인은 엄청난 독서광이었고 철학과 예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왕의 정부가 된 후에 그녀는 왕의 최 측근으로써 예술, 정치, 외교까지에도 그 권력을 행사하였다. 그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의 머리는 당시 유행하던 높이 솟은 머리와는 정 반대로 낮고 단정했다. 당시에 프랑스는 권력에 따라 머리를 더 높게 올리는 유행이 있었는데 퐁파두르 부인 덕분에 높게 올라간 머리는 점점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퐁파두르 부인을 완벽한 로코코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이 초상화는 현재 독일 뮌헨의 알테 피나코텍에 소장되어 있다.
로코코의 대가 프랑수아 부셰
부셰의 작품들을 보면 프랑스의 우아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순수하지만 외설적이지 않다. 화가인 아버지를 따라 부셰도 일찌감치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화가로 본격적으로 살기 전에 회화를 배운 기간이 짧았을 때 이미 아카데미 로마상을 받아 이탈리아로 유학 갈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국고가 없어서 유학이 미뤄졌고 그동안 그는 판화작업을 하였는데 이때가 그의 그림에 처음으로 로코코 양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때이다. 로코코 시대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양식이 중심이었다. 그는 40년의 활동기간 동안 천 점 가까운 회화와 만점이 가까운 드로잉을 제작했다. 부셰는 그만의 방법으로 로코코 양식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는데 이는 솜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우며 장미처럼 우아하고 로맨틱했다. 그리고 작품마다 디테일하게 표현된 배경은 장식적이었고 세련되었다. 특히나 그가 그린 초상화들은 궁정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왕의 가족들이 그의 작품을 후원했고 여러 귀족들이 그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다. 이렇게 그가 그린 작품들은 궁정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다른 화가들에 의해 모방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책의 삽화, 태피스트리, 동판화, 도자기 그릇의 그림 등으로 확장되어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프랑스풍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부셰에 의해 프랑스 내에서 성해진 로코코 미술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전파되던 미술의 역사를 꺾고 프랑스만의 향기를 내면서 이탈리아로 뻗어나갔다.
우아함을 그리다
프랑수아 부셰의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을 보면 작품의 모든 부분이 우아하다. 금빛의 커튼과 벽을 가득 채우는 거울, 그리고 그 속에 비친 책이 가득한 책장은 지적인 분위기를 낸다. 그 중심에 앉은 퐁파두르의 모습은 우아함 그 자체이다. 당시 퐁파두르 부인은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었다. 평범한 여성으로 태어나 왕의 정부가 될 때까지 그녀의 삶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후작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왕의 사랑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가졌던 그녀였지만 당시의 다른 여인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초상화에 우아함과 지적임을 담고 싶어 했다. 그리고 부셰는 그녀의 바람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그녀를 그려냈다. 작품에 사용한 소품들 하나하나가 그녀의 지적인 면을 드러냈다. 부셰는 초상화뿐만 아니라 누드화도 많이 그렸는데 그의 누드화 또한 외설적이지 않고 우아하다. 로코코 시대를 살아간 화가들이 많지만 부셰가 특별히 더 사랑받는 프랑스의 대표화가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대상이 지닌 순수한 아름다움을 끄집어내어 로코코 미술이 원하는 로맨스와 화려함을 조화시킨 것이다. 로코코 시대는 부셰가 죽고 난 후 얼마가지 않아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프랑스의 향기를 내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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